혼 슬라임
“이젠 질렸어.”
“뭐가?”
“흥미가 떨어진 것에 대해서 집착하는 행위.”
가지치기를 하고 있던 A는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내뱉는다. 느긋하게 쉬고있던 B는 A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다. 마침 심심하던 참이었고.
“처음에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비슷한 행위의 반복이더라구. 행위 자체가 즐겁지 않다면 굳이 그걸 계속해야할까싶어.”
“뭐, 그럴 때는 잠깐 쉰다던지 다른 걸 하면서 숨 좀 돌리면 좋지. 적당히 하는게 좋다고 하잖아.”
“응, 내가 이 지경까지 와서야 매번 생각나는 건데, 나는 재미가 없다면 광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는지 지켜보는 버릇이 있어. 이거랑 같이 하면 좋다, 이걸 사라. 정말 흥미를 못 붙이는 단계라면 본업은 안 하고 그런 탐색 행위만 하며 시간을 보내더라구. 그러다가 언젠가는 포기하고 지금처럼 다시 돌아와서 노닥거리지.”
“돌아왔다는건 이게 너의 원래 모습이라는 거야?”
“모습? 맞아, 한참 뭔가에 빠져있다가 질리고나서 돌아오면 멍하니 있는 보금자리야. 여기서 시간을 때우면서 또 다른 흥미거리가 있나 기다리고 있어.”
힘이 살짝 빠진 목소리로 주절거리던 A는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.
“그건 뭐야? 그냥 반듯하게 정리한 것 같지는 않네.”
“어? 이건.. 그래, 혼(horn) 슬라임이야. 사냥감을 몸 안에서 소화하고 남은 것들은 뱉어버리는 게 일반적인 슬라임이긴 한데, 간혹 날카로운 것들을 몸 안에 쌓아두는 경우가 있어. 혼 슬라임은 그런 것들을 마치 뿔처럼 달고 다녀서 붙은 이름이야. 그리고.. 이건 주변 생물을 따라하는 거라고 하는데, 슬라임이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례중 하나야.”
“그렇군.. 그래서 이건 왜 만드는 거야?”
“그냥. 이유는 없어.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손질하면서 창작 활동이라는 걸 해보는 거야. 머리도 쉬는 것 같고.”
A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. 아니 생각은 있는데 방향이 없다고 해야할까? 라고 생각하는 B였다.
“이제 밥 먹으러 가자. 저번에 주문한 게 도착했거든.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내가 만들어야지.”
“저건 어쩔거야? 아직 다듬을 필요가 있어보이는데.”
“몰라. 내일 다시 와서 보면 이걸 완성해야할지 없애버려야할지 알 수 있겠지. 지금은 오늘 저녁을 어떻게 요리할지에 집중하고싶어.”